조계종 공찰 첫 외국인 주지 인공스님

양주 회암사 천년고찰 30대 주지

2009년 한국서 두번째 출가

“경전 암기가 일상이었던 인도

한국서는 마음 수행 중요시“

힌디어·영어 등 5개국어 능통

“스님 줄어도 불교는 살아남을 것

‘건물주=행복’은 큰 착각“

조계종 공찰 첫 외국인 출신 주지인 인공 스님이 경기도 양주 회암사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공찰 첫 외국인 출신 주지인 인공 스님이 경기도 양주 회암사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공찰 첫 외국인 출신 주지인 인공 스님이 경기도 양주 회암사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경기도 양주 천보산 기슭에 있는 천년고찰 회암사가 한국 불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9월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의 파격적인 임명으로 34세 인도 출신 인공(印空) 스님이 4년 임기 주지로 취임하면서다. 조계종 공찰에 외국인 출신 주지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가자 감소로 외국인 스님을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현실화했다. 스님은 “회암사는 보물 4점을 보유한 조선 시대 왕실 사찰”이라며 “호산 스님은 기도와 법문,한국어 잘하면 기회를 줘 젊은 불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더라”고 말했다. 회암사엔 행자 2명을 포함해 4명의 외국인 스님이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지공·나옹 선사 사리를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완벽한 한국어로 말하는 그를 두고 신도들은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고 평가한다. 그는 5개 국어 능통자다.

“인도에서 태어나면 민족어·지역어·힌디어·영어를 기본으로 합니다. 인도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얘기하잖아요. 환경이 똑똑하게 만들어요. 뇌가 성장할 때 여러 언어와 부딪히며 능력이 커지니까 다른 언어를 만나도 스폰지처럼 받아들이죠.”

부탄·중국 접경 히말라야 고산지대 ‘타왕’에서 태어난 그는 8세에 남인도 3000명 규모의 티베트 불교 대사찰로 출가했다. 인도인들이 99단 구구단을 외는 것처럼 스님들도 경전 통암기가 일상이던 곳이다. “머리 좋은 스님들은 금강경이든 경전 한 두 권을 통째로 외웠죠. 암기 후 토론을 몇시간씩 하는데,암기가 없으면 토론도 불가능했습니다.”

2009년 한국 스님의 권유로 인생 두 번째 출가를 결심했다. 한국에서 5년만 공부하자는 생각이었다. 송광사에서 공부하던 중 폐에 바람이 든 기흉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한국 의료 수준에 감탄했다. “인도에선 치료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프고 나서야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지 알았죠.”

통도사 강원과 율원,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는 동국대에서 인도철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 인도와 다른 한국식 수행의 핵심을 묻자 ‘마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는 대중 생활엔 배려와 양보가 필수입니다. ‘내가 더 청소했는데’ 하는 분별심이 생길 땐 ‘가장 더러운 곳 청소할 때 가장 큰 공덕이 있다’는 스승 말씀을 떠올렸죠. 화장실 청소도 즐겁게 했습니다.”

그는 “공덕이나 복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자리를 생각하면 그동안 했던 것들이 결과로 오는 거구나 믿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에서 인정받은 것도 있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려니 도반 스님들이 너무 선배가 돼 있어 공부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부처님이 얻으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건데,장소와 환경은 큰 상관이 없겠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출가자 감소에 대해 “스님이 줄어들어도 불교를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스님,부처님 안 믿어도 된다. 대신 지식이 높아지고 사상이 풍부할수록 부처님 가르침에 빠질 수밖에 없다. 괴로움의 원인,즐거움의 발생 모든 답이 불교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성계는 조선을 세운 왕이었죠. 권력,명예,부를 다 가진 사람이 왜 이 외진 사찰에 네 번이나 왔을까요. 인간은 뭘 가지면 더 갖고 싶어 하는 게 본성입니다. 또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질리는 게 본성이죠. 템플스테이 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건물주’라고 답해요. 그건 행복이 아닙니다. 출발점이 잘못됐죠. 진정한 행복은 내 마음에 있어요.” 양주=이향휘 선임기자

조계종 공찰 첫 외국인 출신 주지인 인공 스님이 경기도 양주 회암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